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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

일상영성, 맛있는 밥

[묵상나눔] 골로새서 4:10-18

내 삶은 최소 2년의 유예기간이 있었다. 한 번는 재수, 또 한번은 편입. 재수를 결심한 것은 큰 의미없는, 대다수의 친구들이 대학을 가는 흐름에 그저 편승하기 위함이었다. 편입에서야 내가 하고픈 공부를 제대로 하고싶어서 였다. 그래도 나름 인생의 큰 결정을 내릴 때 큰 문제없이 통과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면에는 한가지 목표를 위해 생생한(하찮은)일상을 희생하고 포기한 독종이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편입에 성공하고 처음 들은 말은 축하가 아닌, 독하다 라는(농담반 진담반의)말이었으니 말이다. 재수와 편입을 준비하는 그 기간동안 만나고 연락할 수 있었지만, 미안하다는 말로 취소한 약속들과 연락들이 스쳐지나갔다.

요즈음에는 자취하면서, 요리하는게 취미처럼 되어버렸다. 이전엔 당연히 차려져있었고 혹은 사먹었던 밥이 만들어지기까지엔, 힘들진 않지만 귀찮음과 수고로움의 과정이 있었다는걸 알게 되었다. 그런데, 귀찮음의 과정이 지나고나니 비로소 맛들어진 음식과 함께 성취감이 따라오고 더불어 정리정돈하는 습관까지 자리잡혀가게 되었다. 일상영성이란, 내가 매어있던 나의 중심을 내려놓게되고, 놓쳐온 일상의 작은 부분들에도 눈을 돌릴 수 있는 여유이다. 포기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나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이었다. 매 순간 모든 것들에서 은혜가 뿜어져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나’라는 사람의 한계로, 매일 모든 순간은 어렵겠지만, 날마다 조금씩 깨닫게 되는 작은 일들 하나씩이 은혜로서 다가오게 되었다.

아침에 틀어놓은 잔잔한 찬양이, 짧은 묵상과 기도시간이, 시 한 구절이 오늘의 하루를 더욱 풍요롭게 하는 자잘한 열매들의 시작입니다. 신기하게도, 이로 인하여 저의 중심은 주님께로 맞추어져갑니다. 소망을 발견하는 것이란 장황하고 거창하기만 한 것이 아니었군요! 비밀을 풀어나가는 하루하루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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