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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

돌이켜보고 돌이켜보는 길, 비가오는 길에서

박진영, 정승환 - 잠수교 (Sing the road #02) 가사 첨부 (With Lyrics) 을 듣다가, 울컥하는 마음에 끄적이는 글.

 

내 발 밑에는 좁은 길이 있다고 한다. 비가 오면 가장 먼저 잠겨버리는 낮고 좁은 길. 느린길...

 

 

 

 

 

이러한 가사속에서 잠시 감정이입이 되었었다. 달려가기도 멈춰서기도 했지만 점차 터덜터덜 걸어가고 있는 삶의 길에서, 나의 길은 옆에 화려한 차가 지나다니고 화려한 건물들이 있는 그 길의 구석에 좁은 길처럼 느껴졌다. 내 발 밑의 좁은 길이, 비가 오면 가장 먼저 잠겨버리는 낮고 좁은 길이라는 그 길이 마치 나의 길처럼 느껴졌었다. 역시나 사람이란 스스로를 가장 긍휼히 여기는 마음이 있나보다. 나와 나의 문제에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놓쳐버린 함께 동행할 그 손길을, 그리고 또다른 손으로 전해주어야할 또다른 한손. 오랜만에 공동체에 들렀을 때에, 예배인도자가 이런 말을 했었다. 예수님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은 너무나 감사한 일인 것 같다. 그것은, 그 사람안에 예수님께서 살아계시기 때문이다 라는 묵상의 나눔이었는데, 나는 그 순간 살아계신다는 그 뜻을 다시 묵상하게 되었다. 나는 어느새 삶의 고단함과 지루한 일상이 반복속에서, 그리고 먼저 다른 것들을 구하면서 점차 다시 살아나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다시금 몰아세우는 무리중의 하나가 되었을 뿐이었다. 나에게 값 없이 주어진 예수님짜리의 말씀의 검이, 예수님을 십자가로 말뚝박는 말뚝 심이 되어버렸던 듯도 싶다. 내 길, 아니 '나만의' 길에서 동행하는 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보았다. 이 진창의 길을 떠올리며 스스로를 불쌍히 여기다가, 이 진창의 길로 발목을 적시시며, 옆에서 차가 지나갈 때에 물벼락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이 초라한 길을 와주신 예수님을 잊어버렸더랬다. 이 초라한 길을, 소망의 길로 바꾸신 달리보이는 그 소망의 시선을 닮아가기를 다시금 이시간 엎드려 간구합니다. 긍휼히 여기심을 힘입어 나아갑니다. 부러움과 질시에 사로잡히어, 사실은 이러한 감정이 있었음에도 애써 착한아이의 가면을 쓰며 숨겨왔던 저의 진실된 모습을 마주하는 요즈음, 그 감정에 휩쓸리기만 하고 그 감정을 풀어낼 의지도 힘도 없습니다.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에서, 저보다 앞서가는 듯한, 빗물 고인 길을 슝 하고 지나가면서 물을 튀기는 듯한 그 차를 바라보면서 화도 내보고 욕도 해보고. 그리고 이제는 점차 힘이 빠져서 망연히 바라보기만 할 뿐입니다. 이제는 걷는것 자체가 의미없는것이 아닐까 하는 회의감에도 빠져봅니다. 그리고, 또한 그제서야 주님과의 속도가 마주해 가는 것 같습니다.

 

참 신기한 일인것 같습니다. 저는 어렸을 적에 육상부도 했었고, 달리는 것을 유달리 좋아하던 아이였습니다. 그 이유가, 달리는 순간에 주변에서 들리는 소리들은 웅웅거리는 주변의 '환경'으로 변해버리고, 남는것은 저의 두발이 달려나가는 감각, 저의 호흡소리를 듣는 귀의 감각, 몸을 스쳐가는 바람의 감촉. 그리고 보이는 결승선의 시각적 목표. 참 이상하죠? 달리기를 하면서 느꼈던, 같은 길을 '속도'의 차이만으로 다른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았던 그 감각이. 느려터졌다고 생각되는 이 순간에 다시금 펼쳐지는 것은 왜일까요. 물론 다르게 보이는 이 길은, 제가 원해서는 아닌, 그저 제가 컨트롤 할 수 없는 비가오는 환경속에서 느끼게 된 점입니다. 저를 스쳐가면서 고인물을 뿌려대는 것 같던 차들이 어느새 저의 인식에서 아득해져갑니다. 비가 내리다 내리다 폭우처럼 쏟아질 때엔, 주변에 다른것이 보이지 않잖아요? 지금은 그 폭우속에서, 결승선조차 아니라 단지 한발자국만큼의 시야만이 밝혀진듯한 이 좁은 시야속을 들으면서 걸어가는 이 순간이지만, 누군가 우비를 걸쳐주네요? 예수로 거룩을 입고 나아가는 것은, 저의 짧은 지식과 지혜라는 이름으로 스스로 여기는 어리석음속에서 짧게 들려주시는, 덮어주시는 투명하지만 비를 막아주는 기쁨입니다. 쏟아져나오는 울분을 빗소리 가운데 아무도 모르게, 단지 주님과 저만 들리는 그 환경속에서 풀어내시는가요? 예수님. 주께선 여전히 무언가 말로써 설명하려고 하시진 않습니다. 단지 두어번의 토닥토닥해주시는 짧은 위로, 그리고 멋쩍으신 그 미소는 이 빗속에서 밝게 빛납니다. 제가 두려워하고, 제가 스스로 실망해하던 저의 마음을 밝히시는 한줄기 빛이십니다. 여전히 잘 되어지지 않는 타인과의 관계속에서도, 우유부단함 속에서도 빠르진 않지만 점차 그 방향성을 이끄심에 이끌리어, 목자의 목소리와 발목까지만 보이는 그 작은 시야속에서 목자를 따르는 양과같이 주를 따르기를 소망합니다. 와주신것, 함께 그 빗길을 걸어주신것, 그리고 덮어주시는 그 우비 잘 쓰겠습니다. 그 우비를 또한 누군가에게 소개해주는 한 사람이 되기를 또한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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