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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T

일상, 뜨뜻미지근한, 소중한

요즈음 조금씩 당연하지만 당연하게 대접받지 못하던 자신의 자리에서 소신을 빛내는 분들 한분한분이 다시금 재조명 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가는 듯 하다. 연예계의 블랙리스트인 송강호씨가 JTBC에 나와서 말씀하셨던 부분이나, 외과의사 이국종 교수님의 담담하지만 울컥하게 하는 나눔들.

지루한 일상이자 점차 힘이 빠져가는 시기가운데 윤활류로써 이런 영상들을 찾아보았다. 특히나 이국종 교수님의 이전 다큐멘터리 그리고 세바시에서의 강연은, 일상의 퍽퍽함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양념을 치는, 흑백의 세계가 채색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스포 주의- 숨결이 바람될 때)한 사람의 말에 큰 울림이 있어 그 사람과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던 중, '숨결이 바람될 때'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그 책의 저자도 이국종 교수님과 마찬가지로 외과의 과정을 밟아가고 있었고, 도중에 암에 걸리게 된다. 앞장은 외과의로 나아가기까지의 삶에 대한 최선의 부분, 뒷장은 암에 걸린 이후 의사에서 환자로 되면서의 일상들. 마지막을 향해가며 느끼게 된 것들에 대해서 적혀있다. 마치 내가 아픈 것 처럼, 하나하나 디테일한 부분에서 살아숨쉬는 글이었다.

책의 저자가 자신의 전공을 배워가면서 느끼게 된 직업과 소명의 부분에서는, 지금 전공하게 될 화학에 대한 것으로 대입이 되어서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전공의 깊이가 깊어져갈수록 내가 무언가를 알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그저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를 아는 상태로 변화되어갈 뿐이지만, 동일하게 무언가를 알지 못하는 상태일 뿐이다. 그러나 그런 과정으로 나아가면 나아갈 수록, 실험실에서의 업무 그리고 행정 업무등 그리고 쌓여가는 작은 지식들에서 나는 점점 익숙해져가고 능숙해져간다. 이 반복되는 일은 이제 '내 일'이 되었고, 그것은 누군가 범접할 수 없는 범접해서는 안되는 불가침의 영역으로 변화되어있었다. 그것은 어느새 주의 손길이 필요치 않은 것으로. 하지만 정말 그럴까?

의사로서 작가가 이해하던 환자의 병 그리고 그에 수반되는 아픔들은, 환자의 자리가 되었을 때에 전혀 다른 차원의 일로 그에게 덮쳐온다. 그는 본문에서 '죽음을 실제로 겪는 것보다 죽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어디 있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것이 얼마나 힘들지, 또 얼마나 많은 영역을 탐구하고, 조사하고, 정리해야할 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라고 고백한다. 이 부분에서는 내가 잠시간 세워짐으로 맡게 되었던 리더의 직분이 떠올랐다. 공동체를 잘 모르던 내가 공동체에 대해 셀원들에게 말하던 부분, 삶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함에도 종종 이해한다는 언어의 폭력으로 다가서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지금은 그 때 내가 아는 듯이 말했던 그 어려움의 상황속에 직면하게 되는 시기인 것 같다. 지금의 나에게 새로운 공동체란 아직 어색하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금 이 두 손을 마주잡고, '기도'하기까지 다시금 얼마나 멀리 와버렸던가. 일상속에서 늦게 퇴근하는 나 스스로에 대한 보상심리가 작동하여 핸드폰을 손에 쥐고 개그 프로그램, 음악 프로그램, 짤막한 웹드라마, 웹툰... 삶의 고단함을 녹여낼 작은 즐거움들을 찾지만 정작 두 손을 마주잡기는 오랜만이다.

그래서 나는 이책의 저자에게, 지금은 세상에 없을 저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일상의 뜨뜻미지근함속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작은 호흡속에서 감사함을 누릴 여유를 다시금 선물받았다. 책 뿐만 아니라, 당연한 일을 했지만 당연한 일로 인정받지 못하고 곤란함을 겪던 분들이, 자신의 인내함을 담담히 풀어냄 속에서도 또한 선물을 받았다.

의사에서 환자로, 자신의 삶 그 자체가 송두리체 엎어져버렸을 적의 그리고 딸아이의 탄생이 자신의 마지막 인생의 죽어가는 나날을 충만히 채웠다는 것을 고백하는 작가의 삶의 나날에서 이 하루 하루의 일상이, 누군가에겐 그토록 바라지만 다다를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라는 것에서 그 느낌이 남다르게 되었다. 이전에 공동체에서 의사로 지내시던 형님께서 헤어나올 수 없는 일상의 고단함에서 자신의 일년중의 휴가를 수련회에 온 부분에서, 자신이 대단한 것이 아닌 자신이 살고 싶어서 왔다고 했을때의 묵직하게 다가온 삶의 의미 그리고 예배의 시간.

하루하루는 느리게 가지만 일년은 빠르게 가는, 정신없지만 힘이 빠지는 퍽퍽한 일상을 살아가는 중입니다 주님. 이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누군가로 인하여 그동안 마주잡기를 지체하던 두 손은 다시금 기도가 되었고, '불가침의 내 일'에서 함께 동행하는 삶에 대해 다시금 묵상하게 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복음을 살아내고자 하지만 일상과 주일을 구분짓던 저의 어리석음이, 주를 생각하는 순간순간의 예배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그가 말하는 죽음과 인생이란 추상적인 것이 아닌, 피와 땀이 알룩져 있는 생생한 현장의 기록이라고 합니다. 이 인생을 살아냄에서 내일은 또다시 시작될 뻔한 일상속, 그 퍽퍽한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금 누리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허락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일상, 뜨뜻미근한,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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